국제 곡물가 5년 만에 최저인데… 한국 식탁 물가는 왜 그대로인가

밀과 밀가루, 빵이 차례로 놓여있는 사진

국제 곡물 가격이 5~6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쌀 선물 가격은 100파운드당 11.22달러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밀 역시 부셸당 5달러 초반대까지 내려가며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곡물가격지수도 105.6으로,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작황 호조와 수입량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처럼 국제 가격이 하락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식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환율 변동성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에서 등락하면서 수입단가가 단순히 국제 시세만큼 내려오지 못한다. 일부 곡물이 하락세를 보여도 환율 부담이 가격 안정 효과를 상쇄한다.

둘째,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이다. 최저임금 인상, 운송비 부담, 포장재 가격 상승 등은 원재료 하락분을 희석시킨다. 업계 관계자들이 “원가는 내려가도 제반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옥수수 농장 풍경

셋째, 선행구매 구조다. 밀이나 옥수수는 수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 구매가 이뤄진다. 지금 국제 가격이 내려도, 이미 과거 고점에서 들여온 물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동안은 완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다. 한 번 올린 소비자가격은 쉽게 내리지 않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원료비가 내려가도 인건비나 환율 같은 다른 부담 요소를 내세워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업체들의 원재료 단가는 낮아졌다. CJ제일제당의 원맥 톤당 수입 단가는 2023년 51만7천 원에서 올해 상반기 43만2천 원으로 16% 이상 줄었고, 삼양사 역시 같은 기간 21%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이런 개선 효과는 기업 수익성에 우선 반영될 뿐, 당장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곡물 농장에서 작업 중인 트렉터와 차량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원재료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지만, 최종 재화 가격은 내려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곡물값 급등기엔 즉각적인 인상이 이어졌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인하가 더디다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환율·인건비·선행구매라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시점은 한참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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