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보다 무서운 달러 압박” 한국의 통화스와프 요청, 거절된 이유와 충격파
한국 정부가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개설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거절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안전판이 필요했기 때문이지만, 그 배경에는 관세 협상과 대규모 대미 투자라는 더 큰 맥락이 놓여 있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우리 돈 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투자 집행 방식과 이익 배분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미국은 직접 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했고,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 문제는 이 펀드 규모가 지난달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4,163억 달러의 80%를 넘는다는 점이다. 미국 요구를 더 수용할수록, 한국의 환율 방어 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통화스와프를 요청했다. 대규모 달러 투입으로 생길 수 있는 외환 불안을 달러 유동성 안전망으로 보완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미국은 단호하게 거리를 뒀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더 복합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첫째, 스와프를 내주면 무역·투자·반도체 공급망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이 떨어진다. 둘째, 기축통화 여부도 변수다. 미국은 유로, 엔화, 파운드, 스위스프랑처럼 글로벌 기축통화국과는 무제한 스와프를 맺지만, 원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낮아 미국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 셋째, 스와프 거부 자체가 협상 카드로 작동한다. 미국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 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이때 한국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곧 미국이 원하는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번 거절이 단기적으로는 한국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달러 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와 관세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환율 방어 부담이 정부와 한국은행에 집중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원가 부담과 국민 생활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은 단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지만, 해외에서 조달하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가능성이 우려된다. 스와프 부재로 원화 신뢰도가 낮아지면 외국인 채권·주식 매도가 늘어나고, 이는 곧 국내 증시와 채권금리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계와 기업의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이 커져 금융 취약계층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통화스와프 거절은 한국의 대외 협상력 약화로도 연결된다. 미국이 스와프를 조건으로 관세, 반도체 공급망, 투자 확대 등을 연계할 경우, 한국은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미 통화스와프 불발은 단순히 금융시장 안정 장치 하나가 빠진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관세 협상, 외환시장 방어력, 그리고 국민 생활비까지 연결되는 복합적 충격이다. 원화가 국제적으로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구조적 한계까지 드러난 이번 사례는, 한국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외환 리스크 관리와 대외 협상 전략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