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기지원 거부한 트럼프, 한국에도 닥칠 ‘동맹 비용 청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4억 달러(약 5,500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 패키지 승인을 거부했다. 이 패키지에는 탄약과 자율 드론 등 과거보다 치명적인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상 지원 대신 대규모 무기 판매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로 의회에 5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 가능성을 비공식 통보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통해 의회 승인 없이 2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조치는 대만 정책 기조의 뚜렷한 변화를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이 경제력이 충분하므로 스스로 구매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대만은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열린 국방 당국 회의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에 합의했고, 대만은 국방비를 GDP의 3.3%에서 2030년 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미중 관계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타진하며 무역 협상 진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대만 무상 지원을 거부한 것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려도 크다. 대만의 방어 역량은 즉각적 무기 이전이 아니라 장기간 구매 체제로 전환되면 약화될 수 있다. 중국군은 2027년까지 대만 공격 준비를 완료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이며, 주변 해역에서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원이 아닌 판매로 전환될 경우 대만의 대응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대만의 방어 능력이 흔들리면 동아시아 해상 교역로와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이 위협받는다. 한국 수출의 30% 이상이 중국을 거쳐 가는 상황에서 대만 해협 불안은 물류 차질과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이 동맹국 안보를 지원에서 판매로 전환한다는 메시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한미동맹 내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무기 도입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은 단기적으로 미국 재정 부담을 줄이고 중국과 협상 공간을 넓히려는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안보 구도 전체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한국 경제에도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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